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누구나 알만한 사람의 이야기라면 지금까지 상상했던 모습과 알고 있던 사실들과 견주어 누군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상상에 상상을 더하게 됩니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 아주 흥미로운 주제 아닌가요?
지금부터 박옥주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 봅시다!
그의 이름이 바로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 1833-1897)이다.
브람스는 슈만 부부를 음악적인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였으며 그들과 가족 같은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러나 슈만은 극심한 우울증에 환청이 들리는 등 정신적 질환이 악화되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몇 번의 투신자살 시도로 끝내 46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남편의 죽음과 몇몇 아이를 잃은 슬픔으로 힘들어 하던 클라라 슈만 옆에는 항상 브람스가 있었다. 그는 클라라를 위로하기 위해 많은 작품을 쓰게 되고 특히 그의 유명한 ‘독일레퀴엠’ 또한 사실상 클라라를 위한 곡이었다. 대부분 레퀴엠은 죽은 자를 위로하기 위해 작곡하지만 브람스는 특별히 남아 있는 자들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이 곡을 작곡하였다. 슈만이 죽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클라라를 오래 전부터 연모하던 브람스는 몇 번의 구혼을 해보기도 하나 그때마다 클라라는 영원히 슈만의 아내임을 다시금 인식시켰고 브람스는 사랑하는 그녀를 항상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피아노가 생명인 클라라가 오른손 연주가 불가능하게 되자 실의에 빠진 그녀를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 곡을 작곡한 브람스, 음악으로 그녀의 마음을 위로하며 사랑을 표현하고 생활적으로 슈만의 아이를 정성껏 돌보며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 곁을 지켰다. 클라라가 죽던 날 브람스는 ‘나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며 가장 고귀한 의미를 상실했다’하는 말을 남기며 이듬해 그 자신 또한 클라라의 뒤를 따르게 된다.
스승인 슈만의 아내, 연상의 여인,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클라라를 가슴에 품고 평생 독신으로 살다 간 브람스, 그래서 더욱 깊이 있는 애절한 형언할 수 없는 가슴속의 사랑을 표현한 그의 음악은 연주를 할수록 가슴에 깊이 그 자국이 남는다. 올해가 슈만의 해라서 필자 또한 그의 음악을 연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절대 간과할 수 없었던 음악이 바로 브람스의 음악이었다. 올해의 슈만 작품 연주에 이어 내년에는 브람스의 오르간 곡을 다시 연주해 보고픈 생각이 든다.
@ 오르가니스트 박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