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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1 [홍준철 칼럼]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

 
왜 사람들은 합창을 좋아하고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는 것일까? 바들바들 떨면서 오디션을 보고 하루하루를 초조히 기다리다가 합격통지를 받으면 세상에 둘도 없이 기뻐하고 그다음부터는 독재에 가까운 지휘자의 까다로운 지시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호박씨 까먹는 것처럼 무대는 순간이요 연습은 영원한데 그 긴 시간을 참아내느냔 말이다. ‘군대와 음악은 독재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합창단 생활이 빡쎈편인데도 말이다.

나는 이 이유를 ‘행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하고 싶다. 음악에서 나를 느끼고 싶고, 음악에서 나의 존재를 만들어 가고 싶은 욕망에 기인한다. 무리 속에서 나를 찾는 길이요. 일상을 떠나는 엑스타시(황홀경)을 경험하기 위해서요, 다시금 삶의 힘을 얻기 위함이다.


음악은 듣는 것도 감동 있지만 음악을 만드는 것은 더 큰 감동이 있다. 바로 나와 주변에서 화성덩어리가 울려 퍼지고 그 겹겹이 쌓이고 울리는 파동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경험을 해보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얻는다. 그것은 전혀 버전이 다른 행복함이다. 하여 좋은 단원들과 좋은 지휘자 좋은 반주자와 함께 만들어 가는 음악세계는 기쁨 그자체이요.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한 이유가 된다.  

나는 합창단 엠티 때에는 작은 음악회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단 몇 명만의 관중을 위하여 합창단이 노래를 해주는 형태로 강원도 요가수련원 원장 부부나, 만해마을 문인 등등 앞에서 합창을 한 적이 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바로 앞에서 울리는 합창을 들은 이들은 ‘ 무차별하게 나를 무장 해제 시키는 힘’,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 ‘이제는 더 살지 않아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하거나 아예 눈물만 흘리면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반복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것은 부(富)나 권력(勸力)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근원적인 행복이다. 문화적으로 풍성한 영양분을 만들어 나누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덕목에 속한다. 배고픈 이에게는 밥이 필요하고 영혼이 고픈 이는 음악이 필요하다. 이 영혼의 밥인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합창단원들이다. 나도 먹고 남들이 다 먹어도 남기만 하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처럼 음악은 귀가 있고 들으려고만 한다면 그 수가 몇 명이든 반복해서 배불러지고 누구라도 행복해진다.

그러니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은 음악을 통한 숭고한 삶을 살겠다는 자기 결심이며 나누고 베푸는 기쁨을 찾기 위한 시작인 것이다.

합창은 더없이 집단적이며 또한 개별적인 음악이다. 나를 녹여 전체를 만들지만 결코 내가 없어지지 않는 오히려 더 또렷이 대비되는 존재감을 느낀다. 반은 ‘나는 너다’가 반은 ‘나는 나다’가 존재하는 절묘한 시점에 합창이 있다. 그곳은 혼자가 아닌 우리와 나도 있는, 그래서 매이거나 외톨이가 되지 않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숭고하고 향기가 나며 아름답다. 이 음악은 파동이 되어 나의 온몸을 감싸고 나의 세포 분자들을 흔들어 몸과 마음을 정화(format)시킨다. 

이러한 음악을 하는 합창단원이 된다는 것은 더없이 거룩한 일이요. 자기 수련의 문을 여는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합창단원은 행복하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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