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2일 수요일 저녁에 작곡가 강은수 선생님의 작곡 발표회에 다녀왔습니다. 세종 체임버홀에서 열렸습니다. 작년에 그곳 무대 뒷편의 좁은 대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모니터를 지켜보며 우리 차례를 기다리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이번엔 관객의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연주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지런한 음마 단원들이 로비 중앙에 모여 있었습니다. 단체할인, 가족할인을 받아서 50% 할인된 가격, 거금 1만원을 주고서 입장권을 구입했습니다. "꽃보다 표", 화환을 가져오는 대신에 표를 사 달라는 강은수 선생님의 말씀에 충실한 우리 단원들과 달리, 로비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제 각기 보낸이의 이름이 적힌 리본을 달고서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 분들도 물론 표는 사셨겠지요? 

이미 두 차례의 식사 초대로 친근감마저 느껴지는 강은수 선생님의 부군은 손님 맞이에 바쁘셨습니다. 물론 그날의 주인공 강은수 선생님도 다국적 손님들을 맞이하시느라 분주하셨죠. 

우리 합창단에서는 20여 명의 단원들이 강은수 선생님의 곡을 듣기 위해, 그리고 7월 5일에 우리의 노래가 과연 청중에게 어떻게 들릴까 알아보기 위해 모였습니다. 

거금 2천원을 주고 산 연주회 프로그램에는 연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정보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주한독일대사의 세련된 인사말과 작품해설, 작품에 사용된 황동규 시인의 시, 독일어로 번역된 작품 가사와 내용, 화려한 출연진 소개, 강은수 선생님의 프로필과 작품목록 (그 가운데 약 10분의 1은 우리가 이미 불렀거나 부를 곡이더군요. 뿌듯~) 등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광고였습니다. 홍준철 선생님의 <합창지휘자를 위하여>와 갓 출간된 강은수 선생님의 <내 마음의 소리: 작곡가 박영희의 작품세계> 광고가 연주목록 옆에 실려 있었고, 우리의 7월 정기연주회 광고가 또한 한 면 가득히 실려 있었습니다. "7월, 꿈의 합창이 울린다" 

 
연주 내내 제 머리 속을 맴돌았던 생각은 '표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작곡가는 과연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걸까? 시가 표현하고 있는 '시각 이미지'를 '청각 이미지'로 옮기고 있는 걸까? 청중이 다시 그 '청각 이미지'를 듣고서 '시각 이미지'를 떠올리기를 바랄까? 아니면 그저 청각적으로 그 어떤 것을 느끼면 충분한 걸까? 가야금 연주는 쉽게 '시각->청각->시각'화할 수 있었지만, 대금 연주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성악곡도 한국어 성악곡과 독일어 성악곡이 드러내는 청각적 효과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외국어로 부를 때 훨씬 더 '사운드' 자체로 느껴졌다고 할까요?  

모든 사람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연주는 단연 멀리 독일 브레멘에서 단지 이 연주만을 위해서 날아온 아코디온 연주자 펠릭스 크롤이었습니다. 홍준철 선생님의 표현대로 마치 자신의 몸과 아코디온이 태어날 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온 몸으로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훈남의 조건을 모두 갖춘 헤어 크롤과 우리의 '아담한' 숙녀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시 한국에 올 계획은 없는지 물었더니 아코디온 연주자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대답하더군요. 프로 연주자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나서 우리는 모든 청중들이 강은수 선생님과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다 지켜보면서 강은수 선생님이 온전히 우리들만의 것이 될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날의 프로그램에 실린 정기연주회 광고를 마치 프로그램의 원래 표지인 듯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사진 한 장, 그리고 우리를 찾아오신 강은수 선생님과는 제대로 된 표지를 내보이며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고전적' 레파토리 순대국과 소주로 현대음악의 팽팽한 긴장감에 지친 우리들의 신경을 달래주었습니다. (음마/공진성)

(연주와 관련해서, 그리고 강은수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관해서는 다음달에 '무식해서 용감한' 인터뷰를 통해서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Posted by 공진성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바탕이 2009.05.08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와 감성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좋은 연주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