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작곡자 강은수의 방에 있다.

커다란 대청마루가 있고 마루를 중심으로 수천 개의 방이 있다. 각 방마다 작곡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레고리안, 듀파이, 팔레스트리나, 랏소, 오케겜, 버드, 탈리스, 빅토리아, 몬테베르디, 비발디, 퍼셀,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죤, 슈만, 브람스, 코다이, 포레,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 뤄터, 웨버, 윤이상, 나운영, 이건용, 강은수, 이영조, 신동일, 김대성, 류건주, 류형선, 노선락, 우효원, 허걸재, 황성호, 펠리치아노, 바에스,......... 

방에 들어가면 그 작곡자의 음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작곡자의 음악을 하려면 그 방을 나와 대청마루를 통해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은 언제나 자유롭게 열고 닫을 수 있다. 

나는 지금 강은수라는 방에 들어가 있다. 한동안은 나가지 않고 천작하려한다. 하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나는 또 다른 작곡자의 방에 들어갈 참이다. 젊어서 나는 팔레스트리나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은 적이 있다. 할수록 심오하여 그 방에서 늙어 죽어도 그리 후회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버드의 방으로 또 탈리스의 방으로, 이건용의 방으로 옮겨 다녔다. 또 내친김에 위에 적어놓은 작곡자들의 방을 거의 들락거렸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한국작곡자들의 방에 머무르고 있으며 가끔씩 이미 들어가 보았던 서양음악 작곡가의 방도 또 들어가 보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많은 한국 음악가들이 모차르트, 하이든, 헨델, 멘델스죤, 베토벤을 전전하며 논다. 지겹지도 않은지 번갈아가며 그 방들에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바흐 방에서 죽치고 나오지 않고 있다. 서울 땅에서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바흐의 무덤까지 땅굴이라도 팔 기세다. 그 열정은 참으로 대단해서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합창 지휘자를 위하여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홍준철 (예솔,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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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지금 강은수 방에 있다. 그가 지어낸 작품들에 나의 영혼을 맞추고 있다. 그간 내가 섭렵했던 작곡가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느낀다. 그 어떤 방에도 없는 그다운 어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방에 있는 동안 나는 행복할 것을 또한 믿는다. 나는 7월5일에 대청마루에 나와 강은수 방에 있었던 감동과 행복을 만인들과 나눌 것이다. 

모차르트, 하이든, 헨델, 멘델스죤, 바흐, 베토벤 방에서 뱅뱅돌며 노는 사람들이 뭐하고 노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천지창조’, ‘메시아’ ‘마태수난곡’, ‘합창교향곡’, ‘엘리아’ ‘레퀴엠’ 등을 가지고 노는 건 세상 사람도 잘 안다. 나도 그 방에서 논적이 있거니와 그들이 크게 떠들어 대니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강은수 방에서 뭐하고 노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이방에 들어 온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는 중동의 작곡가들의 방, 일본 작곡가들의 방, 아시아 작곡자들의 방, 동구권 작곡자들의 방, 남미의 작곡가들의 방에도 자주 들어가 보려한다. 하지만 한국작곡가들의 방에는 아예 살림을 차릴 것이다. 

나의 작업은 서서히 또 언젠가는 한국의 음악가들뿐만이 아니라 외국 음악가들까지 이 한국 작곡자의 방에서 놀게 할 요량이다. 모차르트나 하이든, 헨델, 멘델스죤, 바흐, 베토벤 방에서 논 것만큼 진한 감흥을 주는 방이라는 것을 알려줄 참이다. 내가 아는 한국의 작곡가들의 작품이 서양의 작품만큼, 또 어느 면에서는 더 훌륭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서양음악의 작품들도 모두 그런 시련기를 거쳤다. 그러니 한번이라도 더 반복해서 연주할 참이다. 동영상으로, 음반으로 전 세계에 뿌릴 것이다. 

낯섦을 극복하고 우리의 음악에 그들의 감수성이 녹아들고 추억이 생기고 삶이 될 때까지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유럽의 음악가들이 강은수 탄생 몇 주년 기념으로 일 년 내내 강은수 음악이 연주되는 날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해서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또 이해하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내가 위에 열거한 외국 음악가들이 누구인지 알듯이 그들도 한국 작곡가가 누구인지 알게 할 것이다. 



것이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자랑스러운 문화민족이 되는 길이요, 후대에 물려줄 문화유산을 만드는 일이요, 세계화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또한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 작곡가 강은수의 방에 있다.

Posted by 공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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